[이응도목사 칼럼] “나는 수영선수입니다.”
- 작성자 : HesedMoon
- 16-11-26 12:46
“나는 수영 선수입니다.”
박태환이라는 수영선수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의 금메달과 자유형 200m에서의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또한 2012년 하계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실격 판정 번복 속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고,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렸던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그에 대한 좋지 못한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직전에 ‘네비도’라는 금지된 약물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것이 금지 약물인지 알지 못한 채 치료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했던 여섯 개의 메달을 박탈당했습니다. 대한 체육회에서는 그의 금지약물 사용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3년간 선수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그는 2016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징계가 무거운 듯 보였지만 대한 체육회의 불법 약물 사용 금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해석되어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의 부모와 그는 국제 관례상 2중 처벌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걸었습니다. 법과 관례를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박태환의 승소였습니다. 그는 결국 리우 올림픽에 대표 선수로 출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를 넘어서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100m, 200m, 400m의 예선에서 연속으로 탈락했고, 출전을 포기한 종목도 있었습니다. 결국 조기 귀국하는 수치를 당했습니다. 많은 비난이 그를 따랐습니다. 그럴거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대표선수가 되었는냐는 질책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에 대한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김종 당시 문화체육부 차관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문화 체육에 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가 권력을 등에 업은 김종 차관이 박태환 선수를 싫어했고, 아주 구체적인 말로 협박과 회유를 거듭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국가대표로 나서지 말아달라는 압박이었습니다. 그가 후원하는 다른 수영선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국가대표를 포기하면 평생 교수로 채용될 수 있다는 당근을 던졌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각종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협박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박태환 선수가 그 모든 회유와 협박을 이겨냈다는 것입니다. 두렵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인터뷰를 보면 너무 두렵고 무섭고 분노스러웠다고 했습니다. 김종 차관을 50분 가량 만나고 온 다음 통곡을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수영 선수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실수로 금지 약물을 사용해서 큰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의도적으로 불의인 줄 알면서 수영선수로서의 자신의 양심과 가치를 팔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종 차관의 협박과 회유를 거절한 결과는 2중 징계와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참 어려운 싸움 끝에 결국 국가대표선수로서의 자격을 회복했지만 올림픽에서는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경쟁자들의 영광을 지켜봐야했습니다. 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마음과 삶에 다가온 큰 어려움에 영향을 받았던 일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 저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일주일 전에 열린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각종 기록을 갱신하면서 4관왕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아... 알고 보니 그는 원망하고 분노하는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올림픽에서의 실패 후 다시 훈련을 시작했고, 결국 제 2의 전성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지난 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결코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무섭고도 어이없는 적을 만났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적어도 그 적에게 패배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그 적의 이름은 부도덕하고 불의한 권력이었습니다. 한 사회를 흔드는 불의한 권력이 그의 삶에 구체적으로 다가와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때 그는 자신을 지켰습니다. 불의한 권력의 결정을 거부했고, 부도덕한 유혹을 뿌리쳤습니다. 자신은 수영 선수이고 훈련과 실력으로 증명하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그가 이겼습니다. 충분히 이겼습니다. 불의한 권력의 유혹과 협박을 이겼고, 분노와 낙심을 이겼고, 다시 최선의 결과를 자신에게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많이 고민스럽습니다. 사람은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가치와 존엄을 지킬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일에 실패합니다. 이익에 자신을 팔고 두려움에 자신을 포기합니다. 의사면 의사다워야 하고, 정치인이면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고, 목회자와 성도 역시 그 이름과 가치에 맞는 삶이 필요합니다. 이익이 우리의 가치를 지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욕심이 우리의 존엄을 해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아름다운 가치들을 믿음과 삶으로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청년 박태환 선수에게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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