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6-30 02:46
한병철 목사 - 애틀랜타 중앙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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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8일 애틀랜타 중앙장로교회에 부임한 한병철 목사는 변화를 근본적으로 추구하되 속도를 중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변화는 제도나 프로그램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내면의 변화에 뒤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중앙장로교회가 위치한 챔블리 던우디 지역은 한인이 새로 모여드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한인들이 떠나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곳에서 중앙교회는 젊은층과 노년층이 두터운 특이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양적인 성장을 생각하지 않는 목회자는 없겠지요. 그러나 성장은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을 갖춰가면 결과로 주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틀랜타 중앙교회는 노인 아파트가 가까이 위치해 있어 어르신들이 많고, 조지아텍, 조지아스테이트대의 학생들과 다운타운에 직장이 있는 젊은이들이 모입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 교회를 이전하는 문제를 성도들께서 고민하신 것 같은데, 한인교회들이 많이 떠났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맞는 목회의 틀을 세워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역할이라 생각해봅니다.”


어르신들의 기도로 교회가 바로 선다

한 목사는 교회가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노인 사역과 젊은 청년을 활성화하는 사역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민사회에서 어르신들은 문화, 언어 모두 적응하기 어렵고, 특히 발도 없으시지요. 어르신들은 교회에서 소외되기 쉽지만, 새벽기도의 주 멤버이시고, 모든 예배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시는, 보이지 않는 큰 기둥이십니다. 그래서 대학이 될 지, 소모임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을 찾아가 섬기는 프로그램을 상설화할 계획입니다.”
중앙교회 청년들은 토요일 집회 형식으로 있었던 청년 예배를 지난 10월부터 주일 1시11분 3부 예배로 드리고 있다. 한 목사는 청년들이 교회의 주변인이 되지 않고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다.
“2세들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것 같아요. 어떤 교회는 지나치게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고, 어떤 교회는 지나치게 소홀히 여기는데, 코리언 어메리칸 정체성이 분명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1세와 2세가 동등하게 연결되도록,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82년) 한 목사는 한신대학원에서 M.Div 과정을 마친 후에 95년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로 임직을 받았다. 서울 수도교회와 능동교회에서 부목사로 10년 시무했으며, 지난 2002년 시카고 맥코믹 신학교로 유학 와 Master과정을 마치고, 현재 고든콘웰 신학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과정(D.Min)을 하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신학을 공부할 때도 목회보다는 사회운동에 목표가 있었다. 교회가 사회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한국 나이로 마흔살이 되던 해에 유학을 결심한다.

지금의 그를 빚은 두 가지 간증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길에 오르는 도중에 미국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시카고 매코믹대학에서 우연히 디렉터와 즉석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예정대로 토론토에서 어학공부를 했지요. 그런데, 그 해에 토론토에 유학생들이 몰려들게 되어 유학생 자녀도 등록금을 내고 공립학교에 다니도록 학칙이 바뀐 거예요. 캐나다 달러로 1만2천불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러웠죠. 길이 막히니. 시카고에서 인터뷰한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서류를 보냈는데, 기적적으로 33명 중 3명 안에 들어 입학허가를 받았어요. 제 계획은 토론토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제가 준비하지 않은 다른 길로 인도하셨어요. 매코믹에서는 장학금도 받았지요. 길을 막으실 때 당황하고 하나님께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었는데, 하나님께서는 더 큰 복을 준비하고 계셨지요.”
한 목사는 2003년부터 지난 10월까지 7년간 인디애나주의 포트웨인에서 First Presbyterian Church of Fort Wayne(포트웨인 제일장로교회) 한인회중 담당 목사로 시무했다. 그가 1500명 교인이 섬기는 178년 된 전통 있는 교회의 한인 담임목회자로 세워진 과정 또한 심상치 않다.

“첫 학기에 제가 소속된 그룹이 예배를 인도하게 되었는데, 저만 외국 학생이고 나머지 아홉명은 미국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저보고 목사이니 설교를 맡으라는 거예요. 듣는 것도 겨우 따라가던 저인데, 설교를 못하겠다는 이유를 영어로 장황하게 설명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예스’ 했지요. 그리고는 두 주간 설교 준비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그 과정에서 너무나 은혜가 넘치는 거예요. 생애 처음으로 외국인들 앞에서 설교하던 날, ‘예스’할 수밖에 없어 설교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통해 요청했을 때 ‘No’ 하지 말고 ‘Yes’ 해라. 그러면 나처럼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교했죠. 총장님, 교수님을 비롯해 학생들이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참석하지 않은 교수들이 설교 원고를 보내달라고 연락해오고, 외국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그 해의 설교로까지 선정돼 2천불 상금을 받았어요. 게다가 총장님 추천으로 포트웨인 제일장로교회에 설교 목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포트웨인제일장로교회에 시무하면서 신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미국교회의 제도, 전통을 배웠다고 말했다. 미국에 정착하는데도 큰 도움을 받았다.

“미국 교인들은 신앙이 생활화되어 있어요. 연령층이 높은데도 자원봉사자 시스템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움직이지요. 그리고 목회자들의 관계가 대등해요. 한국교회의 경우, 수직적이고 갈등도 많은데, 기능이 분화되어 있고 인격적으로 대등한 것이 인상깊었지요.”
American Korean Veteran Association과 학교를 다니며 한국을 알리는 작업을 해온 한병철 목사는 교회가 한인들이 미 주류사회와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인들을 중심으로 부채춤 팀을 구성해 공연도 하고, 명성황후, 갑신정변, 경복궁 등 영어대본으로 짜여진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교인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한 명 한 명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3일 RadCliff 장로교회(286 Hamilton east holmes dr, Atlanta, 30318)에서 열린 다민족 성가제는 소중하다. 다민족 성가제는 LA 폭동 이후에 흑인교회와 중앙장로교회가 애틀랜타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민사회에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좋은 삶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비전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주류사회와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한병철 목사가 만약 설교 권유를 받은 날 ‘No’했다면, 뜻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여정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한 기대를 이처럼 붙들지 못했으리라. 그 기대는 한 목사 가족을 애틀랜타로 내려오게 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가슴이 벅차다. 한 목사는 오늘도 공손한 자세로 깊이 생각하며, 젊은이와 어르신,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 길을 열어가는 꿈을 꾼다.

사진. 글 강지연 기자

문의: 770-457-1998 또는 www.joongangch.org
4011 Chamblee-Dunwoody Rd, Chamblee, GA 3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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