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1-01 22:30
[나삼진목사의 고신역사 아카이브] 47. ‘고신교회의 바벨론 포로’-복음병원 부도, 학교법인 고려학원 임시이사 파송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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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나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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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교회 70년 역사 산책 

47. ‘고신교회의 바벨론 포로’-복음병원 부도, 학교법인 고려학원 임시이사 파송 사건

16세기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발표한 3대논문 중에 ‘교회의 바벨론 포로’가 있다. 루터는 그 논문에서 교회가 성경이 말하는 원리에서 떠나 이방의 헛된 속임수와 우상들에게 교회가 지배당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당시 교회를 ‘바벨론 포로’라 불렀다. 루터는 진정한 개혁은 성경에 근거하여야 하며, 성경에 근거하지 않는 것은 버리고,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이 말하고 주장하고 설파하는 것들만을 가치 있게 여길 때 시작된다고 했다.

기독교 역사에서 ‘아비뇽 유수(幽囚)’라는 시기가 있다. 그 ‘교회의 바벨론 포로 시대’는 로마교회의 교황청이 1309년부터 1376년까지 프랑스 아비뇽에 머물렀던 교황이 세속권력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였던 비참한 시기를 일컫는다. 중세교회에서 12-13세기는 교황권과 황제권이 극도로 갈등하였던 시기로, 아비용 유수는 교회가 73년 동안 7명의 교황이 프랑스 왕권에 굴복한 것을 유대인의 바벨론 포로기에 빗대는 표현이다.

‘아비뇽 유수’는 십자군 전쟁기(1095-1291)에 각 언어 중심으로 국가주의(Nationalism)가 발흥하고, 유럽의 단일 결속력이 해이해지며, 교황청의 권위가 쇠락하고 있을 때 시작되었다. 당시 로마카톨릭교회는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탐욕과 권력과 정치적 내분에 휩싸여 세속권력의 포로가 되는 길을 자처했다. 어느 시대나 교회나 그리스도인이 영적인 권위를 잃으면 그런 비참한 자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고신교회에서도 ‘고신교회의 바벨론 포로’라고 부르던 시기가 있었다. 고신교회가 학교법인 고려학원을 스스로 운영하지 못하고,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파송해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 및 부속 복음병원 운영이 정부가 파송한 임시이사의 지배 아래 들어갔던 시기이다.

교육부는 2003년 4월 1일 고려학원 이사 전원을 해임하고 15인의 임시이사를 파송하였다. 임시이사 파송은 이사회가 중대한 부정을 지질렀거나, 이사회 내의 분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내려지는 강제조처이다. 당시 교육부가 이사회에 지적했던 사항은 복음병원의 김해복음병원 어음 배서 및 은급재단 기금 회수 등 지시사항 불이행, 임원들의 분열로 인한 복음병원 파행, 관할청 허가 없는 기채 문제, 악성부채 200억 원에 대한 대책 등이었다.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송 직전 교단 내에서는 이른바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이 극에 달하여 어떤 의사를 결정하는 것도 계파별로 나뉘어 큰 어려움 가운데 있었다. 결국 노조의 고발로 교육부의 감사가 나왔고, 임시이사가 파송되었으며, 이에 병원이 발행한 약속어음이 부도가 났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임시이사가 고의로 부도나게 했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당시는 이미 복음병원이 정상적인 재정 운용의 단계를 넘어섰던 때였다.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은 고신교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졌는데, 고신교회는 교육부가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총회에서 200억 원을 목표로 전국교회가 모금운동을 전개했고, 인천에 있던 서울 고려신학교 부지를 매각했으며, 이사회의 분쟁과 임시이사 파견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총회 총대권 3년 정지의 시벌을 내렸다. 그동안 고신총회가 학교법인 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자금이 200억 원이 넘었고, 후에도 상당한 책임을 져, 오랫동안 총회와 신학대학원, 대학의 운영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 여파로 고려학원은 큰 어려움에 처했는데, 제54회(2004) 총회에서는 김해복음병원 직원이 급여를 받지 못해 목을 쇠사슬로 묶고 이를 강단에 연결하여 총회 개회가 하루 지연되는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이러한 임시이사 체제는 4년만이던 2007년 4월 17일 정이사 체제로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고신교단과 교육부의 연결고리로 임시이사였던 총회 총무가 교육부와의 관계에서 ‘사문서 위조’ 혐의로 총회에서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아 임시이사를 사임했고, 이것이 나중 총회회관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임시이사 파송 기간 동안 고신총회와 전국교회는 이를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부외부채 해결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총회의 긴축 재정운용으로 신학대학원과 대학 지원금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교수들의 연구년 등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시기 전후에 윤리적, 혹은 신학적으로 문제가 된 교수들이 있어 강의가 중지되었지만, 여러 해 급여가 거의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신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고신교회의 바벨론 포로’ 사건은 교단적으로 그 모든 과정과 결과와 교훈을 기록으로 남겨 역사의 교훈을 받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몇 해 후 총회에서 백서 작성위원을 선출했지만, 여러 관계자들의 불편한 일들이 공개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인지 백서가 작성되지 못했다. 총회의 결의가 없어도 이사회 차원에서 백서를 발간해 미래를 준비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것은 학교법인과 사무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중대한 역사적인 사건에서 치루었던 댓가에 따른 교훈을 받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고, 교회나 기관의 미래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일은 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오늘의 한국의 고등교육 현실이 대단히 심각한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의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OECD국가들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다. 이렇게 결혼하기도, 출산하기도 어려운 나라가 되어, 학령인구가 꾸준히 감소하였으며, 수년 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대학 신입생 수보다도 적은 실정이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의 위기를 ‘벚꽃 피는 차례대로 대학 문을 닫게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방대학의 미래가 대단히 어둡다.

오늘의 고등교육 현실에서 위험을 알리는 알람소리가 계속해 들리고 있지만, 이사회 차원에서나 교단적인 차원에서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려학원 이사회 산하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 부속 복음병원 등 각 기관에 몸을 담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위기의식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하나님을 예배하듯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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