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10 13:05
<컬럼> 목자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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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성진
조회 : 4,006  

<목자와 사랑>

신성주선교사


21세기 첫 삼년을 이민교회 목회자로 섬긴 적이 있다. 약 10년을 선교현장에 몸담다가 후원받던 한 이민교회로부터 담임목사로 청빙되었는데, 이민목회자의 옷을 입으니 많이 어색하였다. 모든 면에서 선교사에서 목회자로, 더구나 이민목회자로의 탈바꿈을 해야만 했다. 외형적으로는 거의 변화를 이루는데 성공하였지만 뼈속 깊이 들어있는 선교사적 사고방식은 잘 희석이 되지 않았다.
한 권사님이 새로온 목사 부부를 초청하여 가족 예배를 드리고 거나한 식사를 준비하여 대접하면서 누차 부탁하던 말이 기억난다. 이런 말씀이었다:
"목사님, 목사님은 다른 거 아무 것도 필요없어요. 그저 우릴 '사랑'해 주세요. 그거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없어요. 우린 사랑이 필요해요..."
뭐 이런 말씀이었다.
이민 목회 신참인 나로서는 좀 의아하였다. 한국서는 이화여대를 나오고, 이민와서 좋은 집에 살고, 잘 나가는 자녀들 있고, 매일 현금 착착 들어오는 비즈니스도 하고 있고... 이런 사람들이 어찌 이 젊은 목사에게 이런 말들을 할까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는 "호강에 받혔구나! 선교지에는 끼니를 못 잇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싶었다.
학위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3년의 이민교회 목회를 접었는데, 마지막 주일에 포옹하고 작별하는 장로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 나를 더 놀라게 하였다: "목사님, 저는 목사님께 수 없이 식사대접을 해 드렸는데, 저는 목사님 댁에서 국수 한 그릇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셨다.
그 때 나는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왜 장로님을 우리 아파트에 초대하여 국수 한 그릇 대접을 못했을까? 한 가정 전도를 위해서는 아기도 봐주고, 김치도 담아주고, 수 개월 동안 온갖 봉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사역했는 데, 정작 장로님 가정을 위해 국수 한 그릇 대접을 못했다니... 그 분은 소파 세트도 새로 사주셨고, 새벽기도시에 입으라고 폴로 오리털 파카도 사 주셨고, 그 집에 가서 밥을 얼마나 먹었는데... 속으로 정말로 "아, 그랬구나!" 하고 탄식하였다.
이미 늦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첨 이민와서 내가 너무 긴장하였고, 맘에 여유도 없었고, 잘 사는 그들에게 가난한 목사가 무얼 대접할게 있으랴 싶었었다.
그런데, 나중에 깨달은 것은 그들은 아무리 잘 살아도 역시 '양 떼들'이었다. 선교사 노릇을 10년이다 하다보니 "그들을 훈련시켜 헌신케 하여 선교에 동참하는 성도들이 되게 해야지..." 하는 생각은 강했지만, 그들이 '목자의 사랑'을 먹고 사는 '양 떼'였음을 잘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 권사님의 말씀이 3년 이민교회 사역을 마치면서 뼈저리게 사무쳐 왔었다.

지금은 너무 잘 먹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정도로 먹인다. 돈이 떨어지면 마지막 밀가루로 섬기는 정신으로 먹인다. 그 때마다 다 채워지니까...

목자에겐 사랑이 최고이고, 어쩌면 전부이기도 하다. 갑자기 가슴이 왜 이리 뜨거워지는고... 다신 그런 실수를 말아야지...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롬.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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